내 인생이라는 책의 마지막 페이지는 누가 쓰게 될까요? 그 마지막 문장이 '고통'이 아닌 '평온'이 되도록, 펜을 다른 누구에게 넘기기 전에 내가 직접 써 내려갈 수는 없을까요? '웰다잉(Well-Dying)'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왜 지금 '존엄한 마무리'를 이야기해야 할까요?
과거에는 부모님을 하루라도 더 살아계시게 하는 것이 '효'의 전부라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평균 수명이 크게 늘고, 의료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의식 없이, 오직 기계에 의존해 생명을 '유지'하는 시간이 무한정 길어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현실은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인위적으로 연장된 시간이 환자 본인에게 의미가 있는가? 사랑하는 가족들이 경제적, 정신적 고통 속에서 무너져가는 모습을 보며 환자는 과연 행복할까? 이러한 고민이 모여, 이제 우리 사회는 삶의 '양'만큼이나 삶의 '질'과 '존엄한 마무리'를 중요한 가치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나의 '의료 결정권', 법적으로 보장받는 방법: 핵심 서류 2가지
다행히, 내가 원치 않는 연명의료를 거부하고 존엄하게 삶을 마칠 권리는 이제 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나의 의사를 명확하게 남길 수 있는 핵심 서류 2가지를 기억하세요.
건강할 때 미리 나의 뜻을 밝혀두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문서입니다. 만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나 지정된 등록기관에서 작성할 수 있으며, 향후 내가 임종 과정에 들어섰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법적으로 명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말기 환자나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자신의 상태를 정확히 인지한 상태에서 담당 의사와 함께 작성하는 문서입니다. 보다 구체적인 의료 행위에 대한 계획을 담는다는 점에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문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 A to Z
막상 작성하려고 하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수 있습니다. 아래 5가지 단계를 따라 차근차근 준비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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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치관 돌아보기
본격적인 작성에 앞서, '나에게 있어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 '나는 어떤 마지막을 맞이하고 싶은가'에 대해 스스로 충분히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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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대화하기
나의 생각을 가족들에게 미리 알려 오해를 줄이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는 나중에 가족들이 겪을 혼란과 죄책감을 덜어주는 가장 중요한 배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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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기관 찾고 예약하기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에서 우리 동네에 있는 등록기관(보건소, 국민건강보험공단 지사, 지정 병원 등)을 찾아 상담 예약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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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및 서류 작성하기
예약한 기관에 신분증을 가지고 방문하여, 상담사와 충분한 상담을 거친 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합니다. 누구의 강요도 없는, 온전한 본인의 의사로 작성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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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확인 및 보관
작성된 의향서는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템에 등록되며, 본인에게는 등록증이 발급됩니다. 이 서류는 잘 보관하고, 가족들에게도 보관 사실을 알려두는 것이 좋습니다.
존엄한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결코 삶을 포기하거나 우울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 삶을 마지막까지 주체적으로 책임지고,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혼란과 고통 대신 평온한 마지막을 선물하는 가장 적극적인 사랑의 표현일 수 있습니다. 내 삶의 마지막 페이지, 오늘 용기 내어 펜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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