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 만에 열차는 지옥으로"... 5호선 방화범 CCTV 공개, 살인미수 혐의가 추가된 결정적 이유
평화로운 출근길 아침, 481명의 승객을 태운 지하철이 한강 아래를 지나는 순간, 한 남성이 객실을 순식간에 지옥으로 만들었습니다. 지난 5월 31일 발생한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 사건'의 피의자 원모(67)씨가 어제(25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특히 경찰 단계에서는 없었던 '살인미수'라는 무거운 혐의가 검찰에 의해 추가되었습니다.
검찰은 왜 단순 방화가 아닌, 160명에 대한 '살인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을까요? 그 결정적인 증거가 된, 참혹했던 당시 상황이 담긴 내부 CCTV 영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단 20초 만에 벌어진 그날의 참상과 범인의 계획된 분노, 그리고 이번 사건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CCTV가 기록한 '20초의 공포'
검찰이 공개한 CCTV 영상은 당시의 급박하고 끔찍했던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범행은 불과 20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진행되었습니다.
- 휘발유 살포: 원 씨가 4번 칸 객실 바닥에 휘발유를 쏟아붓기 시작하자, 승객들은 냄새와 상황을 직감하고 비명을 지르며 반대편으로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 아비규환의 순간: 이 과정에서 한 임산부가 휘발유 때문에 미끄러운 바닥에 그대로 넘어지고 신발이 벗겨지는 등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합니다.
- 망설임 없는 방화: 하지만 원 씨는 승객들의 혼란과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즉시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꺼내 휘발유에 불을 붙입니다.
- 20초, 화염에 휩싸이다: 불길은 단 2초 만에 거세게 타올랐고, 불과 20초 만에 4번 칸 전체를 집어삼켰습니다.
이처럼 짧은 시간에 열차 전체를 화염으로 뒤덮을 수 있는 범행을 저지른 것은, 단순히 불을 내겠다는 것을 넘어, 내부에 있는 사람들을 탈출하지 못하게 하려는 명백한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왜 '살인미수' 혐의가 추가되었나?
검찰이 원 씨에게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범행 장소의 특정성
원 씨는 여러 역을 지나 일부러 한강을 건너는 '여의나루역-마포역' 하저터널 구간에서 불을 질렀습니다. 터널 안은 화재 시 대피가 극히 제한되고, 연기가 빠져나가지 않아 질식의 위험이 매우 높은 최악의 장소입니다. 검찰은 이러한 장소를 범행 위치로 특정한 것 자체가 대량 살상 의도를 뒷받침한다고 판단했습니다.
2. 범행 방식의 잔혹성
앞서 본 CCTV 내용처럼, 승객들이 도망치는 혼란 속에서도 망설임 없이 불을 붙인 행위는 승객들의 생명에 대한 완전한 무시를 보여줍니다. 검찰은 당시 열차에 타고 있던 481명 중, 신원이 특정된 승객 160명을 대상으로 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계획된 분노, 사회를 향한 테러
원 씨의 범행은 우발적인 행동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범행에 사용할 휘발유를 무려 2주 전에 미리 구입해두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이혼 소송 결과에 대한 개인적인 불만이 사회 전체를 향한 맹목적인 분노로 변질되었고, 무고한 시민들을 향한 끔찍한 테러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개인의 불만과 고립이 어떻게 위험한 방식으로 표출될 수 있는지, 그리고 매일 이용하는 평범한 대중교통이 얼마나 쉽게 테러의 장소가 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줍니다. 더 이상의 비극을 막기 위한 사회 안전망 점검과 공동체의 관심이 절실한 때입니다.